
왜 꿈을 꿀 때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까?
저는 종종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런 경험을 해요. 꿈속에서는 분명히 여행도 다니고 외계인에게 쫓기기도 하고 부자가 되기도 하고 그랬는데 시계를 보니 20분밖에 안 지났더라고요. 꿈이 너무 선명하고 길게 느껴지다 보니 현실 시간과 비교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차이가 크게 느껴져요.
이런 경험은 저뿐만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거예요. “꿈속에서는 영화 몇 편을 본 것 같은데 현실에서는 잠깐 눈 붙인 수준”이라는 말, 공감하시죠? 이처럼 꿈속 시간은 현실과 다르게 느껴지는데, 왜 그런 걸까요?
꿈은 주로 렘수면(REM 수면) 단계에서 나타나요. 수면은 얕은 수면, 깊은 수면, 그리고 렘수면을 반복하는데, 이 렘수면 때 뇌파가 마치 깨어 있을 때처럼 활발해지고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답니다. 영어로는 Rapid Eye Movement라서 줄여서 REM이라고 해요.
보통 한 사이클이 90분 정도이고, 렘수면은 5~30분 정도 지속돼요. 우리가 꿈을 여러 개 꾸는 건, 밤새 이런 렘수면이 반복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침에 “꿈을 여러 편 이어서 본 것 같다”라고 느끼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랍니다.
꿈속에서 시간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외부 자극이 차단되기 때문이에요. 현실에서는 시계, 햇빛, 핸드폰 알람 같은 것들이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지만, 꿈속에서는 그런 단서가 전혀 없죠. 그래서 뇌는 스스로 만든 이야기와 사건의 흐름을 기준으로 시간을 느끼게 돼요. 이 과정에서 시간이 실제보다 길거나 짧게 체감되는 거예요.
꿈속에서 뇌는 현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장면을 이어붙이고 상황을 만들어낸다고 해요.
예를 들어, 깨어 있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출근 준비한다”라는 과정이 1시간 이상 걸리지만, 꿈에서는 그 장면이 몇 초 만에 순식간에 압축되어 지나가요.
마치 드라마 하이라이트 편집본을 보는 것처럼, 중요한 장면만 빠르게 이어붙이는 거죠. 이러다 보니 실제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착각이 생긴답니다.
감정은 시간 감각에 큰 영향을 줘요. 무서울 때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꿈속에서도 감정이 강할수록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고 해요. 공포 영화 같은 악몽을 꾸면 현실 시간은 몇 분인데, 우리는 몇 시간 동안 괴로워한 것처럼 기억하죠. 반대로 즐겁고 신나는 꿈은 훅 지나가 버려서 “더 꾸고 싶었는데” 하며 아쉬워하곤 해요.
결국 감정은 뇌가 사건을 더 선명하게 기록하게 만들고, 그래서 시간이 길게 느껴지도록 하는 거랍니다.
독일의 신경과학자 다니엘 에를러(Daniel Erlacher) 박사는 자각몽(lucid dream, 꿈속에서 꿈임을 인식하는 상태)을 꾸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실험을 했어요. 참가자들에게 꿈속에서 팔을 20번 흔들도록 했는데, 실제로 그 동작에 걸린 시간은 현실에서도 거의 비슷했다고 해요. 즉, 꿈속 동작의 ‘현실 시간’은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또 다른 실험에서는 꿈속에서 수학 문제를 풀게 했는데, 문제 풀이에 걸린 시간 역시 현실과 거의 같았다고 합니다. 이 결과는 “꿈속 시간이 무조건 몇 배 길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걸 보여줬어요. 다만 우리가 체감하기에는 훨씬 길게 느껴질 뿐이라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꿈속에서는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현실과 비슷하거나 약간 길거나 짧은 수준이에요. 그런데도 우리가 길게 느끼는 이유는 뇌가 장면을 압축·편집하고 감정을 강하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꿈속에서는 하루가 지나갔는데 현실은 5분밖에 안 지났다”라는 말은 사실 과장이 많지만, 체감상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거예요.
영화 <인셉션>에서는 꿈속의 시간이 현실보다 수십 배 느리게 흐르는 설정이 나와요.
과학적으로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지만, 사람들이 꿈속 시간을 “길게 느낀다”는 사실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죠.
사실 옛날에도 꿈의 시간은 신비롭게 여겨졌어요. 동양에서는 꿈을 다른 세계의 여행으로 보기도 했고, 서양에서는 무의식의 언어라고 했답니다. 이런 문화적 해석도 우리가 꿈의 시간을 특별하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해요.
꿈속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건 뇌의 독특한 작동 방식 덕분이에요. 이걸 이해하면 우리가 왜 잠과 꿈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도 알 수 있어요. 꿈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뇌가 기억을 정리하고 감정을 다듬는 중요한 과정이거든요.
그래서 꿈 일기를 쓰거나 자각몽을 시도해보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어요.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상대성은 결국 “뇌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기도 하죠.
- Erlacher, D., & Schredl, M. (2004). "Time required for motor activity in lucid dreams." Perceptual and Motor Skills, 99(3), 1239–1242.
- Hobson, J. Allan. (2002). "Dreaming: An Introduction to the Science of Sleep." Oxford University Press.
- BBC Future. "Do we experience time differently in dreams?" (2017).
- National Sleep Foundation. "Stages of Sleep." (2021).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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