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은 왜 항상 빨간색일까?

고추장은 왜 항상 빨간색일까?
1. 먼저 우리 집 고추장을 꺼내봤어요
냉장고에서 두 통을 꺼냈답니다. 하나는 막 뜯은 새 통, 하나는 반쯤 남아 쉬고 있던 통이에요. 창가 자연광 아래에 놓고 휴대폰 플래시도 켰다 껐다 하면서 색이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비교했어요.
- 새 통은 표면이 매끈하고 밝은 빨강이 고르게 퍼져 보였답니다.
- 쉬던 통은 가운데보다 가장자리가 조금 더 적갈색에 가까웠고요.
- 숟가락으로 한 번 떴던 자리들은 다음날 보면 다른 부분보다 톤이 살짝 진해졌더라고요.
여기까지 보고 저는 “색을 움직이는 힘이 몇 가지 있구나” 하고 메모를 했답니다. 재료 자체, 시간, 조리, 그리고 보관이요. 이제부터 차례로 이야기해 볼게요.
2. 빨강은 어디서 시작되냐면요
고추장을 만들 때 결국 중심은 고춧가루라서요. 저는 이걸 늘 빨간 물감이라고 부른답니다. 하얀 종이 위에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그 자리부터 색이 번지죠? 장 속에서도 빨강이 그렇게 번져요.
- 고운 가루로 담그면 표면이 더 매끈하고 균일한 빨강이 나와요.
- 조금 굵은 가루를 쓰면 붉은 점점이가 살아서 질감이 느껴진답니다.
- 가루를 언제 갈았는지도 티가 나요. 갓 빻은 건 색이 더 맑고 산뜻하게 보였어요.
덧붙이면요, 더 빨갛다고 해서 무조건 더 맵진 않더라고요. 보이는 색과 매운맛의 세기는 꼭 같이 움직이지 않았답니다.
3. 시간이 색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보였어요
장이라는 건 쉬게 두는 동안 스스로 익어 가잖아요. 저는 그 시간을 “장이 숨 쉬는 시간”이라고 부른답니다. 한동안 두면 표면과 가장자리부터 색이 먼저 달라져요. 가운데보다 테두리가 먼저 어른스러워진다고 할까요.
| 시점 | 겉보기 | 제가 남긴 메모 |
|---|---|---|
| 갓 개봉 | 밝고 선명한 빨강 | 표면이 촉촉해요. 숟가락 자국 금방 사라졌답니다. |
| 2~4주 | 빨강에 깊은 톤이 얹혀요 | 가장자리 먼저 진해져요. 표면 일부가 살짝 마르기도 해요. |
| 몇 달 | 적갈색 기운 | 테두리-가운데 색차가 보이고요, 표면을 정리해 두면 톤이 다시 고르게 보일 때가 있답니다. |
이 정도 변화는 저는 자연스럽다고 느꼈어요. 다만 하얀 솜처럼 동글동글한 게 보이면 그 부분은 넉넉히 걷어내고 냄새부터 확인했답니다. 이상하면 과감히 버렸고요. 색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니까요.
4. 불·물·기름이 색을 달리 보이게 하더라고요
제가 제일 자주 만드는 건 떡볶이랑 각종 볶음이라서요. 팬 앞에서 몇 번이고 확인을 했답니다.
- 기름에 먼저 고추장을 살짝 풀면 빨강이 윤기 있게 퍼져요. 숟가락이 미끄러지듯 움직인답니다.
- 물이 많이 들어가면 빨강이 연해 보이는데요, 농도를 다시 맞춰주면 금세 돌아와요.
- 불이 너무 오래 세면 톤이 탁해질 때가 있어요. 저는 중불로 끓이다가 마무리만 살짝 올려 주곤 해요.
팬 데우기 → 식용유 1숟가락 → 고추장 넣고 부드럽게 풀기 → 설탕·다진 마늘·간장 섞기 → 물은 조금씩 부어가며 농도 맞추기. 이 순서로 하면 빨강이 가장 예쁘게 남더라고요.
5. 그런데, 다른 색 고추도 많은데 왜 장은 ‘거의 항상’ 빨강일까요?
① 수확 타이밍 때문에 그래요
초록 고추는 아직 덜 익은 상태라고들 하잖아요. 시간이 지나서 완숙이 되면 자연스럽게 빨강으로 물들어요. 장을 담글 때는 보통 이 완숙 고추를 말려 가루로 쓰는 경우가 많았고요. 시작점이 이미 빨강이니까 결과도 빨강으로 굳어지기 쉬운 거죠.
② 오래 쉬는 음식에 어울리는 색이 있더라고요
장류는 금세 먹고 끝나는 소스가 아니고, 오래 쉬는 음식이잖아요. 그동안 색이 어떻게 변하느냐가 중요한데요, 제가 보기엔 초록·노랑 같은 톤은 시간이 지나면 연해지거나 올리브/갈색으로 탁해지는 구간이 자주 보였어요. 반대로 빨강은 시간이 지나면서 붉은 톤이 깊어지는 방향으로 가서요. 숙성의 이미지와 잘 맞았답니다.
③ 우리가 기대하는 식탁의 이미지가 있어요
김치, 빨간 찌개, 떡볶이… 빨강은 우리 식탁에서 입맛을 먼저 깨우는 색이잖아요. 그래서 고추장도 빨갛게 보이면 “맞아, 이 느낌” 하고 기대가 생겨요.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전부 그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빨강이 표준이 됐다고 느꼈답니다.
④ 다른 색 고추로 만들 수 있냐고요? 해봤어요
초록빛 고추, 노란 고추로 양념장을 만들어 본 적이 있어요. 처음엔 색이 특이해서 재미있었답니다. 그런데 오래 쉬게 두면 색이 예상과 다르게 변하거나, 시간이 가면서 약간 탁해 보이는 구간이 오기도 했어요. 저장성과 보기 좋은 색의 연속성을 함께 생각하면, 저는 여전히 빨강이 가장 안정적으로 끝까지 예쁘다고 느꼈어요.
⑤ 맛과 향도 잘 붙어요
완숙 고추에서 나는 특유의 향이 곡물에서 오는 달큰함과 참 잘 붙는답니다. 색이 맛을 정하는 건 아니지만, 색·향·질감이 한 팀처럼 움직이면 음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여요. 빨강은 그 팀워크가 좋아요.
시작도 빨강이고, 쉬는 동안도 빨강이 예쁘게 깊어지고, 먹는 사람의 기대와도 맞아서— 그래서 고추장은 거의 언제나 빨강으로 자리 잡았다고 저는 느꼈답니다.
6. 가게에서 고추장 고를 때 저는 이렇게 본답니다
- 원재료명을 먼저 봐요. 고춧가루 함량, 찹쌀·보리·쌀 구성, 당류 비율이 적혀 있나 확인한답니다.
- 제조일자도 챙겨요. 너무 오래된 건 빛·온도의 영향을 더 받았을 수 있어서요.
- 포장이 투명하면 색을 눈으로 한 번 더 봐요. 지나친 분리감이나 이상한 얼룩이 보이면 저는 패스해요.
- 브랜드 성향도 참고해요. 전통 스타일인지, 저염·첨가 최소 콘셉트인지 제 요리 스타일과 맞춰본답니다.
가능하면 집에 와서 같은 조명 아래에서 사진을 찍어 비교해요. 그러면 색 차이가 더 또렷하게 보이더라고요.
7. 색을 오래 예쁘게 지키려고 저는 이렇게 했답니다
- 냉장으로 두고, 쓴 뒤엔 표면을 평평하게 다듬었어요. 그러면 자국부터 먼저 진해지는 걸 조금 늦출 수 있었답니다.
- 빛을 피했어요. 가능하면 어두운 쪽 칸에 두고, 유리 뚜껑은 닦아 두었답니다.
- 공기를 줄였어요. 오래 둘 때는 표면에 랩을 살짝 밀착해 뒀고요.
- 마른 주걱을 꼭 지켰답니다. 물 한 방울이 괜히 변화를 부르더라고요.
| 습관 | 제가 느낀 변화 | 메모 |
|---|---|---|
| 표면 정리 | 가장자리-가운데 색차가 덜 도드라져요 | 먹고 나서 바로 쓸어주면 좋아요 |
| 차광 | 탁해지는 속도가 더디답니다 | 문 열고 닫을 때 빛 노출이 은근 많아요 |
| 랩 밀착 | 얇게 마르는 현상이 줄어요 | 장기 보관 때만 사용했어요 |
| 마른 주걱 | 잡내·이상 변화가 줄어요 | 가족한테도 여러 번 말했답니다 |
8. 집에서 제가 직접 해본 작은 실험들도 남겨요
별건 아니고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봤답니다.
- 물 vs 기름에 고추장을 콩알만큼 풀어 봤어요. 물에서는 색이 옅게, 기름에서는 윤기 있게 진하게 퍼지더라고요.
- 공기와 시간: 접시에 얇게 펴 바르고 하나는 랩, 하나는 오픈. 반나절 후 오픈 쪽이 테두리부터 더 진해졌어요.
- 불의 세기: 약불 30초는 색이 예쁘게 유지돼요. 센 불 1분은 톤이 조금 탁해졌답니다.
- 가루 굵기: 고운 가루는 경계가 매끈, 굵은 가루는 점점이가 살아서 접사 사진에서 더 맛있어 보였어요.
- 새 통 vs 쉬던 통: 자연광에서 찍어 보니 차이가 가장 또렷해요. 쉬던 통은 가장자리 농도차가 사진에도 그대로 찍히더라고요.
불을 쓸 땐 항상 약불부터 시작했어요. 아이랑 할 땐 어른이 옆에서 지켜봤답니다.
9. 사진 찍을 땐 이렇게 했어요
- 그릇은 흰색이나 아이보리로 골랐답니다. 빨강이 가장 깨끗하게 살아나요.
- 빛은 창가 자연광이 제일 예쁘더라고요. 형광등 아래서는 빨강이 좀 납작해 보여요.
- 배치는 수저·참기름 한 방울·깨 약간으로 윤광을 살짝만 주었어요. 과하면 번들거려 보여서요.
- 타이밍은 소스가 걸쭉해져서 딱 붙을 때가 최고였답니다.
10. 마무리로, 오늘 제가 정리한 포인트예요
- 빨강은 고춧가루에서 시작된답니다. 가루의 신선함과 굵기가 인상을 크게 바꿔요.
- 시간이 지나면 표면과 가장자리부터 톤이 깊어져 보여요. 가운데보다 테두리가 먼저 변하더라고요.
- 조리에서는 기름이 윤기를, 물이 희석을, 과한 불이 탁한 톤을 만들기 쉬웠어요.
- 다른 색 고추도 있지만, 오래 쉬는 음식에서는 빨강이 가장 보기 좋고 안정적으로 마무리되더라고요. 그래서 장은 거의 빨강으로 굳었구나 싶었답니다.
- 보관은 기본이 최고예요. 냉장, 차광, 공기 줄이기, 마른 주걱. 이 네 가지만 꾸준히 지켜도 색이 오래 예쁘게 남아요.
오늘 기록은 여기까지랍니다. 다음엔 집에서 담근 고추장 색을 한 달, 두 달, 석 달 동안 어떻게 찍어 남겼는지 정리해서 올려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