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를 썰 때 왜 눈물이 날까?

양파를 썰 때 왜 눈물이 날까?
양파 썰다 보면 눈이 매워서 멈칫하게 될 때가 있어요. 반찬은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눈물이 나서 칼질이 더 느려지죠.
저도 요리할 때마다 “이번엔 어떻게 하면 눈물이 덜 날까?” 하고 작전회의를 한답니다. 사실 양파의 눈물 작전은 식물의 자기방어 시스템이라고 해요. 우리가 칼로 상처를 내면, 양파는 “위험하다!” 하고 화학물질을 만들어 내뿜는 거예요.
양파를 자르면 세포가 터지면서 효소가 반응하고, 그 결과 syn-propanethial-S-oxide라는 휘발성 물질이 생겨요. 이걸 보통 눈물 유발 물질(Lachrymatory Factor, LF)이라고 부른답니다. 이 기체가 눈 표면에 닿으면 신경이 자극되고, 눈물샘이 “빨리 씻어내자!” 하고 눈물을 왕창 만들어내요. 그래서 우린 울게 되는 거예요.
이름이 조금 어려워도, 그림 그리듯 쉽게 설명해볼게요.
- STEP 1. 세포 손상 — 칼로 양파를 자르면 세포벽이 깨지고, 서로 떨어져 있던 성분들이 만나요.
- STEP 2. 알리나아제(alliinase) 등장 — 이 효소가 양파에 있는 황화합물 전구체(S-알케닐-L-시스테인 설폭사이드 등)를 자릅니다.
- STEP 3. LFS가 바통 터치 — 눈물 유발 효소(Lachrymatory-Factor Synthase, LFS)가 중간생성물을 syn-propanethial-S-oxide(LF)로 바꿔요.
- STEP 4. 휘발 & 접촉 — LF는 휘발성이라 금방 공기 중으로 퍼지고, 눈·코 점막에 닿아요.
간단히 말해서, “세포가 상하면 → 효소가 일하고 → 자극성 기체(LF)가 생긴다”예요. 이 LF가 바로 우리의 눈을 자극하는 주인공이랍니다.
눈 표면에는 삼차신경 끝이 아주 민감하게 자리 잡고 있어요. 여기엔 TRPA1이라는 수용체가 있는데, 매운 연기나 양파 LF처럼 ‘자극성 분자’에 반응해요. LF가 눈물막에 녹아 들면 이 수용체가 “위험!” 신호를 보내요.
그러면 뇌는 눈물샘(누선)에 명령을 내려요. “빨리 씻어내라!” 하고요. 그래서 눈물이 와르르 쏟아진답니다. 이건 우리 눈을 보호하려는 반사 작용이라서, 의지로 참기가 정말 어려워요.
- 품종 차이 — 달큰한 스위트 어니언(비달리아, 와라와라 등)은 매운맛과 자극이 덜한 편이에요. 반면 저장성 강한 일반 노란 양파는 더 맵게 느껴질 수 있어요.
- 토양·재배 — 토양의 황 함량이 높을수록 전구체가 많아져 자극이 강해질 수 있다고 해요.
- 신선도·보관 — 오래되면 세포벽이 약해져 자를 때 더 많이 터질 수 있어요.
- 부위 차이 — 뿌리쪽(뿌리 원뿔)에 효소가 특히 많다는 보고가 있어요. 그래서 보통 윗부분부터 손질하고 뿌리는 마지막에 잘라고 해요.
아래 팁들은 효과 좋은 순으로 정리했어요. 상황에 맞게 2~3가지만 같이 써도 체감이 확 달라져요.
- 양파를 차게 만들기 — 썰기 전 냉장고 15~30분 (급하면 냉동실 5~10분) 넣어두면 휘발이 줄어요. 너무 오래 얼리면 식감이 떨어질 수 있어요.
- 환기·바람 — 환풍기 켜기, 선풍기·서큘레이터를 양파→밖 방향으로. 연기가 눈으로 오기 전에 날려버려요.
- 칼을 정말 잘 갈기 — 예리한 칼은 세포를 ‘깨끗하게’ 자르기 때문에 효소-전구체가 덜 섞여요. 무딘 칼은 으깨서 더 울게 만들어요.
- 뿌리는 제일 마지막 — 윗부분(줄기 쪽)을 먼저 자르고 껍질을 벗긴 뒤, 뿌리 원뿔은 맨 마지막에 잘라요.
- 물·식초 활용 — 양파를 잠깐 찬물에 담갔다 썰거나, 도마에 식초 아주 소량을 뿌리면 효소 활성 억제에 도움돼요(향이 약간 변할 수 있어요).
- 보호장비(?) — 고글·수경은 생각보다 효과가 커요. 일반 안경은 거의 소용없고, 밀폐형이 좋아요.
- 불 옆에서 썰기 — 가스 불을 켜고 썰면 뜨거운 대류가 휘발 성분을 위로 올려 밖으로 빼내요. 다만 화상·안전 주의!
- 전자레인지 10~15초 — 아주 살짝 돌리면 효소 활성이 줄어요. 대신 아삭함이 줄 수 있어 생식용엔 비추천.
Q. 양파를 물밑에서 썰면 안 맵다던데요?
맞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요. 물이 휘발 성분을 일부 잡아주긴 하지만, 칼질이 미끄럽고 향도 빠져요. 샐러드용처럼 향·식감이 중요한 요리에는 비추천이에요.
Q. 성냥불·초 켜놓으면 덜 맵다던데요?
효과는 들쭉날쭉이에요. 작은 불꽃이 공기 흐름을 바꿔 약간 도움될 수 있지만, 환풍기·선풍기만큼 확실하진 않아요. 불 사용은 항상 안전 주의!
Q. 껌 씹기, 입으로 숨쉬기?
일부는 도움 됐다고 하지만 근거는 약해요. 다만 입으로 숨 쉬면 공기가 눈을 덜 스치긴 해요. 대신 위생·호흡 불편이 있을 수 있어요.
Q. 식초를 양파에 뿌리면 되나요?
효소 저해 효과는 있어요. 하지만 향과 식감이 변할 수 있어, 바로 먹는 샐러드에는 소량만 쓰거나 다른 방법을 먼저 권해요.
Q. 미리 썰어두면 눈물 안 나겠죠?
눈물은 안 나도 향·단맛 손실이 커요. 가능한 바로 썰어 바로 쓰기가 맛있어요.
- 냉장 20분 — 미리 차게 두어요.
- 환풍기 ON + 선풍기 — 바람을 양파→창문 방향으로.
- 칼 갈기 — 정말 예리하게! 무딘 칼은 금지.
- 윗부분 먼저 — 윗부분(줄기) 자르고 껍질 벗기기 → 뿌리는 마지막.
- 손·도마 건조 유지 — 물방울은 향 빼고, 미끄럽게 만들어요.
- 즉시 조리 — 썰자마자 팬으로! 향을 잡아요.
양파보다 마늘은 왜 눈물이 덜 나요?
마늘은 주로 알리신 같은 다른 황화합물을 많이 만들고, 양파처럼 눈물 유발 효소(LFS)를 거쳐 LF를 많이 만들진 않아요. 그래서 ‘향은 강한데 눈물은 비교적 덜’인 경우가 많답니다.
콘택트렌즈 끼면 덜 맵다던데요?
실제로 도움 됐다는 분들이 많아요. 눈 표면을 물리적으로 가려주니까요. 다만 위생·안전 문제로 일부러 끼고 요리하라고 권하진 않아요.
눈물 안 나는 ‘눈물없는 양파’가 있다던데요?
최근에는 전통 교배로 자극이 덜한 tearless onion 품종이 나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의 구입 편의성은 지역·시기마다 달라요. 그래도 완전 무자극은 아니고, 맛 프로파일이 다를 수 있답니다.
전자레인지로 살짝 돌리면 항상 좋나요?
효소 활성을 줄여 눈물은 덜 나지만, 아삭함·향이 손상돼요. 생식용이나 샐러드엔 비추천, 볶음·조림엔 상황에 따라 활용 가능해요.
- Imai, S. et al. (2002). An onion enzyme that makes the eyes water. Nature, 419, 685–686. (눈물 유발 효소 LFS 규명)
- Block, E. (2010). Garlic and Other Alliums: The Lore and the Science. Royal Society of Chemistry. (알리움 속 황화합물 전반)
- McGorrin, R. J. (2011). Sulfur compounds. In: Food Flavors, Springer. (식품 향미의 황화합물 개요)
- Macpherson, L. J. et al. (2005). Noxious compounds activate TRPA1. Nature. (TRPA1 수용체 자극과 통각)
- American Chemical Society (ACS). Why onions make you cry. (대중 과학 해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